
-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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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화여자대학교 서숙 교수(영어영문학 전공)가 자신의 강의록을 소설별로 펴내는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 『소음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s』 강의를 담고 있다.
『소음과 분노』(1929)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남부의 한 명문가의 몰락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와 기존 질서의 붕괴를 그린 작품으로, 무엇보다 서술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의식의 흐름’ 기법 등을 통해 새로운 소설 유형을 구축한 모더니즘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구남부의 전통적 가치를 대변하는 지식인 장남 퀜틴, 맑은 영혼을 간직한 백치 벤지, 피해의식과 분노에 병든 제이슨, 이 형제의 중심에 있던 여형제 캐디의 조숙함과 일탈, 그리고 그녀의 딸 퀜틴의 방종과 타락이 화자의 시점과 의식에 따라 혼돈스럽게 펼쳐지는 가운데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 이면의 숨은 뜻과 작가의 의도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설명해내고 있다. 특히 허무와 분노로 몰락한 이 콤슨 가문의 인물들 옆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흑인 보모 딜지의 모습에 주목하여 포크너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희생과 사랑과 생명의 연대의식을 강조하여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이 강의록은 독자들에게 난해하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 소설을 보다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렇다면 포크너가 이 소설에서 지향하는 인간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콤슨 가가 대변하는 백인 중심의 가부장 질서 안에서는 찾을 수 없어요. 캐디의 비극이, 이에 대한 콤슨 집안 사람들의 반응이 이 기존 질서의 붕괴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비전의 가능성을 딜지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콤슨 가의 몰락이 보여주는 허무와 분노를 넘어, 희생과 사랑과 생명의 연대의식이라는 부활절 설교의 메시지를 딜지와 연결하고 있어요.
여기서 그의 1950년 노벨문학상 시상식 연설문이 생각납니다. (…) 그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인간의 가슴에 관한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돈과 명예 때문이 아니라고 했어요. (…)
그리고 그 유명한 말을 해요.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므로,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이겨낼 것이다. 인간이 불멸인 이유는 그에게 연민과 희생, 그리고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신성한 의무이자 특권은 인간의 가슴에 관한 불변의 진실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떠세요, 여러분? 연민과 희생,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영혼의 힘, 이런 단어들이 지나간 시대의 레토릭으로 들리는지요? 그러나 포크너가 수상 연설에서 강조하는 이런 덕목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소음과 분노』에서 딜지를 통해 확인된 것들이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가족이 붕괴되고 허무와 좌절, 이기심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변함없이 일상의 삶을 지탱해가는 그를 통해 작가는 의연하고도 헌신적인 인물의 전범을 보여준 듯해요. 우리는 무엇보다 그 인물이 남부 사회의 약자이자 주변인인 흑인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 본문 149-151쪽 중에서
▣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 소개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30여 년 동안 영미소설을 강의한 서숙 교수가 자신의 강의록을 소설별로 엮은 독특한 형식의 시리즈이다. 대학의 연구와 강의의 결과물들을 전파하는 것을 고유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대학출판부로서도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의 현장을 일반 독자들에게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 특강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가 제시하는 비전과 주제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소설의 차례를 따라가며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서숙 교수는 머리말에서 “무엇보다 강의라는 형식의 글쓰기를 통해 소설 읽기의 즐거움과 소설 공부하기의 훈련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읽은 후 작품 해설을 읽게 되는 현실에서, 즉 소설과 비평이 따로 노는 현실에서, 이 강의록과 같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비평적 요소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분명 좀더 바람직한 소설 읽기의 방식으로 보인다.
이미 출간된 『주홍글자』, 『위대한 개츠비』,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여인의 초상』, 『술라』, 그리고 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소음과 분노』로 이어지는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는 문학작품을 즐겁게 그리고 깊게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수준 높은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문학과 일반 독자들이 가까워지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주홍글자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1>
2005 | 변형신국판 | 174면 | 8,000원
이 시리즈의 첫 권으로, (***) 영문학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대학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자』 강의를 정리한 것이다. 미국 건국 초기 퓨리턴 공동체에서 제기되는 법과 질서의 문제, 집단과 개인의 관계, 주홍글자가 상징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대변하는 헤스터라는 여성의 출현 등, 다양한 주제들을 풍부한 배경 설명과 함께 읽어간다.
위대한 개츠비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2>
2008 | 변형신국판 | 160면 | 8,000원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저자가 1980년대부터 주기적으로 강의한, 학생들의 호응이 가장 높았던 소설들 중 하나이다. 1920년대 ‘아메리칸 드림’으로 요약되는 물질만능주의의 미국 사회에 대한 설명, 그 가운데서 초기 미국의 순수성과 연결되는 주인공 개츠비의 순정하고 낙관적인 꿈과 삶의 의미 등을 살펴본다. 이 작품을 강의하면서 교실에서 느꼈던 소회와 강의 내용의 변천사를 이야기한 ‘후기’도 흥미롭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3>
2009 | 변형신국판 | 172면 | 9,000원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룬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남북전쟁 이전 노예제도에 근거한 남부 사회의 문제들, 그 속에서 백인 소년과 흑인 노예가 함께하는 모험의 의미 등을 짚어본다. 이 소설이 단순히 개구쟁이 소년의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마크 트웨인의 사회비판적 태도와 대안질서의 가능성이 녹아 있는 작품임을 강조한다.
여인의 초상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4>
2011 | 변형신국판 | 164면 | 9,000원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여인의 초상』을 다룬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갈망하는 한 젊은 여성이 19세기 말 가부장적인 인습과 주류 질서에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나가는지를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 은둔의 삶을 살며 이사벨에게 막대한 유산을 나누어주는 사촌 랄프, 이사벨에게 청혼한 영국 귀족 워버트 경과 미국인 청년 사업가 굿우드, 그리고 세련된 취향만을 앞세우며 유럽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마담 멀과, 이사벨과 결혼하게 되는 오스먼드 등의 인물들을 통해 신대륙과 구대륙, 중심과 변방, 돈과 자유 등 다양한 주제들을 짚어본다.
술라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5>
2013 | 변형신국판 | 160면 | 9,000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술라』를 다룬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타인의 시선과 평판, 기존 가치에 개의치 않는 술라의 주체적인 삶과 행적, 그리고 그 한계를 가부장적 인종차별사회의 맥락에서 추적한다. 분방한 영혼을 가진 흑인여성 술라가 1920-30년대 미국 사회에, 그리고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파문과 그에 대한 성찰이 매우 흥미진진하다.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6>
2015 | 변형신국판 | 160면 | 9,000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첫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다룬 시리즈 여섯 번째 강의이다. 이 소설은 1차 대전 이후 파리에서 카페와 술집을 전전하며 무기력하고 암울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 일행이 태양과 투우의 나라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면서 새로운 가치에 눈뜨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이 강의록에서 흔히 ‘전후 세대의 정신적 불모 상태와 방황, 시대적 불안과 상실감을 그린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이, 실은 한 발 더 나아가 길 잃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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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서숙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 역서로 『런던 스케치』,『와인즈버그, 오하이오』, 『패싱』,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등이 있고, 『돌아오는 길』,『아, 순간들』, 『따뜻한 뿌리』등의 산문집이 있다.
넬라 라슨의 장편소설『패싱』으로 제1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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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 시리즈를 펴내며
시작하면서
제1강 1928년 4월 7일
제2강 1910년 6월 2일
제3강 1928년 4월 6일
제4강 1928년 4월 6일
강의를 마치며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