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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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이 책은 저자의 희랍 정신사 및 지성사 연구 작업의 세 번째 책으로, 1권 『앎과 잘남: 희랍 지성사와 교육과 정치의 변증법』(2006), 2권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 대화, 아이러니, 시민적 삶, 그리고 정치철학의 태동』(2013)에 이어, 대표적인 소크라테스 추종자들인 리시아스와 안티스테네스를 중심으로 소크라테스 이후 전개된 정치철학 사유의 발전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연설가이자 법률가인 리시아스는 정치 현실에 대한 폭넓은 수사학적 성찰에 기초하여 법치주의와 범희랍주의라는 실천적 처방을 제시한 소위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반면, 일반적으로 견유학파 철학의 시조로 이해되는 안티스테네스는 개념적 성찰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사변적인 지식인’이었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의 행동과 사유를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소크라테스에 의해 태동된 정치철학적 사유가 그의 추종자들을 통해 좀 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추적해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으로 사회적 실천의 귀착점으로 간주되는 정치적 행동 및 언어가 희랍 지성사의 발전과정에서 사상과 철학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플라톤의 거대한 정치철학이 등장하게 되는 정치사적 및 지성사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목표이다.
기존 연구에서 리시아스는 소크라테스의 이념을 실제 정치에 구현하여 노력한 ‘실천적’ 추종자로 간주되어, 수사학의 역사 차원에서 주로 다루어질 뿐 철학사나 정치사상사의 측면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에로스(사랑)보다는 필리아(우애)의 우월성을 강변한 이른바 ‘사랑의 연설’ 같이 사적 자리에서 이루어진 연설문과 재판정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송사용 법정 연설문들을 자세히 분석함으로써 리시아스가 단순한 직업적 연설가나 법률가가 아니라 나름 지적 진지성과 사고 내용 차원에서의 독자성도 가진 지식인이었음을 밝혀낸다. 저자는 리시아스에게 개념적 사고가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그가 완성된 철학자 혹은 정치사상가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곁들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시아스의 사유들이 플라톤에게서 완성되는 정치철학사 및 지성사의 흐름에 일조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또한 안티스테네스는 자료가 많지 않아 이 책의 분량상으로는 적은 부분에 걸쳐 다루어지고 있지만, 소크라테스 철학의 본질적인 요소인 개념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저자는 그를 중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와 크세노폰의 저작에 나타난 안티스테네스의 행적과 연설문을 분석하면서, ‘앎’과 ‘잘남’이라는 인간성의 가장 깊은 근원과 관련된 개념이나, 올바름, 용기, 자유 등 정치 현실의 근본에 자리 잡은 도덕적 이념의 실체, 국가의 본질에 대한 개념적인 성찰을 시도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리하여 안티스테네스의 개념적 사고가 플라톤의 거대한 정치철학 체계의 등장에 일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원전 5세기 말에서 기원전 4세기 초에 이르는 희랍 지성사에서 정치철학적 사유가 발전하는 양상을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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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양승태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 턴대학교에서 밀(J. S. Mill)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튀빙엔대학교 철학부 및 고전학부와 미국 브라운대학교 고전학부에서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 초대 및 2대 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 대화, 아이러니, 시민적 삶, 그리고 정치철학의 태동』,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 『우상과 이상 사이에서: 민주화 시대의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앎과 잘남: 희랍 지성사와 교육과 정치의 변증법』 등이 있고, 역서로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그 밖에 ‘의사변증법과 의사실천적 윤리학’, ‘맥퍼슨에서 로크로, 그리고 로크를 넘어서’, ‘미개적 대동, 문명적 대동, 소강, 그리고 정치적 이상의 역사적 진화론’, ‘새바인의 정치사상사 이념 연구 서설’ 등 정치철학 및 동서양 정치사상사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동서양 철학사 및 정치사상사에서 변증법 이념의 발전,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정치사상사 및 정치철학적 탐색 등이 주요 연구 주제이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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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장 들어가는 말: 리시아스와 안티스테네스, 무엇이 문제인가?
제2장 이론과 실천이라는 대립논제의 현대적 쟁점과 고대적 원형
1. 하버마스에서 이론과 실천의 문제와 희랍 정치철학
2. 아렌트의 행위 개념과 희랍 지성사
3. 소크라테스 추종의 희랍 지성사, 그리고 ‘실천적 지식인’ 리시아스와 ‘이론적 지식인’ 안티스테네스
제3장 리시아스와 안티스테네스의 행동 및 사유의 정치사적 및 정신사적 배경: 아테네 정파 대립의 변증법과 정치 이념의 진화
1. 민주화 과정과 잘남과 못남, 반평등과 평등의 변증법
2. 시칠리아 파병과 정파 갈등 폭발의 정신사
3. ‘과두파 노인’의 아테네 민주정체 비판과 민주와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변증법
제4장 희랍이라는 세계, 아테네라는 국가, 그리고 리시아스라는 민주파 지식인
1. 한 지식인의 형성 과정
2. 정치적 체험과 성찰적 사유의 성숙
3. 인간성에 대한 성찰: <사랑의 연설>
제5장 리시아스의 연설문 작성과 민주정치 비판의 정치적 실천
1. 연설문 작성이라는 직업 및 정치 활동
2. 리시아스 연설문의 분류 문제
3. 쇠락하는 시민윤리에 대한 법사회학적 비판
제6장 새로운 국가 생활의 모색과 리시아스 정치사상의 형성
1. 쇠퇴하는 공인정신에 대한 비판
2. 비판에서 대안의 제시로: 법치주의와 범희랍주의
3. 수사학적 사유와 정치 현실에 대한 비개념적 인식의 한계
제7장 리시아스에서 안티스테네스로: 인간과 정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심화
1. 안티스테네스의 행적과 성찰적 삶: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와 크세노폰의 증언
2. 아레테 개념에 대한 안티스테네스의 성찰: 크세노폰의 『향연』을 중심으로
3. ‘아이아스 대 오디세우스 논제’에 나타난 아레테 개념과 이론과 실천의 문제
제8장 맺는말: B.C. 4세기 전반 소크라테스 추종의 지성사 및 정치사와 플라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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