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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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
오늘날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과학과 종교의 갈등이 가라앉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명한 철학자인 대니얼 데닛과 앨빈 플랜팅거가 2009년 미국철학회 학술대회에서 과학과 종교의 양립 문제에 관해 벌였던 논쟁과, 이후 각자의 주장 및 서로에 대한 반박 글들을 모은 것이다.
우선 플랜팅거는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두 분야를 대표하는 현대 진화론과 기독교의 신관으로 범위를 좁혀서, 기독교인들이 믿는 신이 진화 과정을 사용해서 우주를 창조했을 수 있으며, 경이롭게 설계된 이 세계가 ‘유도되지 않은unguided’ 진화에서 비롯됐다고 믿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진화론이 자연주의와 결합할 때에만 종교와 진화론이 충돌한다고 말하는데, 데닛은 바로 그 점, 자연주의는 과학의 전제나 마찬가지이므로 자연주의를 배제할 수 없으며, 기독교의 신이 진화의 방법으로 우주를 창조했다는 발상은 슈퍼맨이 우주를 만들었다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다는 논지로 플랜팅거에 대해 반박을 가한다.
이후 이어지는 두 사람 간의 갑론을박 또한 좀처럼 상대방의 주장과 비판에 승복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플랜팅거는 진지하게 철학적 명제를 설정하고 그 명제를 증명하는 논변을 전개하는 반면, 데닛은 슈퍼맨, 휴대용 계산기, 예술평론가 살인사건 등 친근하면서도 다소 냉소적인 비유들을 섞어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한다. 결국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의 문제로 수렴될 것 같은 결론을 떠나, 철학계의 두 거장이 벌이는 현란한 분석 기술과 논변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종일관 흥미롭다. 이 상반되는 관점을 가진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책 속에서]플랜팅거는 내가 말한 슈퍼맨주의가 자신의 명제 ― “신은 자기가 원하는 종류의 피조물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화 과정을 유도하고 총지휘했다” ― 와 어떻게 똑같은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정말 재미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플랜팅거의 신앙이 어떻게 그의 상상력을 통제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신을 몸이 없는 지적인 행위자로서 상상하는 데에 너무나 익숙하고, 이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고 너무나 자기 확신에 차 있어서 그 두 이야기가 어떻게 유사한지를 진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슈퍼맨처럼 신은 지적인 존재이고, 정의의 편에 서 있으며, 놀라운 위업을 수행할 수 있고, 지상에 있는 인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 신과 슈퍼맨의 중요한 차이는, 슈퍼맨은 망토를 걸치고 얻어맞는다는 점이다.
- 대니얼 C. 데닛, 92쪽한때 도킨스는 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개인적인 불신감에 의존해서 주장을 펼친다고 불평했다. 그들은 자기네가 좀처럼 진화론을 믿기가 어려우므로 진화론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데닛과 그의 동조자들은 유신론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개인적 불신감에 근거한 반론을 펼친다. 자기네가 보기에 유신론은 믿을 수 없고, 공상적이고, 불합리하고, 조소와 냉소를 받아도 싸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는다. 이때 그들은 대체적으로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유신론을 믿을 수 없을 뿐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권리다. 여기는 자유 국가 아닌가! (…)
내 자신에 관해 말하자면, (…) 나는 인간의 뇌를 포함해서 지상에 있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가 유도되지 않은 진화에 의해 생겨났어야 한다고 믿기가 정말 어렵다. 내가 다윈주의의 진화에 의해 생명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앞에서 논했듯이, 확실히 신이 그런 과정을 사용해서 생태계를 창조했을 수 있다. 정말 믿기 어려운 것은, 생태계의 경이로운 일들이 유도되지 않은 진화에 의해 생겨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믿으면서도 유신론자들의 인식적인 월권 혐의에 대해 독선적인 인식적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는 성매매 포주이면서도 이웃에 있는 극장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상영했다면서 분개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 앨빈 플랜팅거, 116-117쪽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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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대니얼 C. 데닛 (Daniel C. Dennett) · 앨빈 플랜팅거 (Alvin Plantinga)
대니얼 C. 데닛 (Daniel C. Dennett)
1942년에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어바인)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터프츠대학교 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지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Breaking the Spell: Religion as a Natural Phenomenon(2006), Freedom Evolves(2003), Consciousness Explained(1991) 등이 있다.
앨빈 플랜팅거 (Alvin Plantinga)
1932년에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태어났다. 캘빈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시건대학교(앤아버)에서 석사학위, 예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웨인주립대학교 교수, 캘빈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노트르담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다 2010년에 퇴임했다. 현재 캘빈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Essays in the Metaphysics of Modality(2003), Warranted Christian Belief(2000) 등이 있다.
옮긴이 : 하종호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식론 ․ 심리철학 ․ 종교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종교철학』, 『심리철학』(공역), 『물리계 안에서의 마음』, 『마음과 몸』, 『물리주의』, 『종교의 철학적 의미』를 우리말로 옮겼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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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편집인 서문Ⅰ. 과학과 종교: 갈등의 진원지에 대한 탐색 _ 앨빈 플랜팅거
Ⅱ. 과녁을 벗어난 진리들: 무탈한 자연주의 _ 대니얼 C. 데닛
Ⅲ. 슈퍼맨이냐 신이냐 _ 앨빈 플랜팅거
Ⅳ. 상상하는 습관과 그것이 불신에 미치는 효과: 플랜팅거에 대한 답변 _ 대니얼 C. 데닛
Ⅴ. 과학을 거스르는 자연주의 _ 앨빈 플랜팅거
Ⅵ. 필요 없는 기적 _ 대니얼 C. 데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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