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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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과 이대학보사가 이화여자대학교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동 주관하는 ‘이화글빛문학상’이 올해로 제11회를 맞았다. 쟁쟁한 경쟁을 뚫고 당선된 올해의 수상작은 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연 씨의『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이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그림자’로 가시화되고, 한 사람의 삶이 그림자의 유무로 평가된다는 흥미로운 판타지적 설정으로 시작되는 본 작품은 배우라는 오랜 꿈을 향해 매진해온 주인공 무영이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섀도우 메이커’에 출연해 겪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도입부부터 “고통이라고 해서 모두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계몽적 위안에 반기를 든다. 언제는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니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해놓고 일정 시점이 되면 얼른 현실을 직시하고 적당히 타협하라고 압박하는 사회적 요구의 모순, 체면과 이목을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와 섣부른 훈계를 일삼는 기득권층의 편협함, 시청률을 위해 화제가 되는 것이면 우선 섭외하려고 드는 방송국의 이기적인 행태 역시 꼬집는다.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입장과 상황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며, 실시간으로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현장감으로 읽는 재미 또한 보장한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와 다양한 사회적 시선을 담아내며, 텔레비전을 직접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탁월한 묘사와 서사를 장악하는 능력이 장편 소설에 맞춤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다.
▣ 제11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당선작인 『나는 너의 이상한 그림자』는 청년 세대의 존재감을 ‘그림자’의 유무나 형태로 상징화하면서 정상적인 그림자를 갖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의 지난함을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배우가 되고 싶은 여대생의 꿈을 상품화하는 사회나, 그런 꿈의 실체를 자문自問하는 청년 세대의 성찰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성숙함도 돋보인다. 물론 청춘의 고통에 대한 계몽적 시선을 비판하면서도 소설의 결말에서 다시 위로나 위안으로 재귀하는 듯한 한계가 엿보이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중계 방송하는 부분의 묘사도 탁월하고 서사를 장악하는 능력 역시 장편 소설에 맞춤하다.
청춘들의 낭만적 목소리만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에도 눈 주게 되고, 그들의 ‘열정에 대한 열정’과 ‘포기에 대한 포기’를 인정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그마저 그들의 진짜 그림자를 더욱 왜곡시키는 것은 아닐까 두 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이다.―심사위원 정미경(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김미현(이화여대 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문학평론가)
▣ 줄거리 및 본문 발췌
- 줄거리
살면서 힘든 일을 겪어내고 나면 그림자가 생기고, 제대로 살았다면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만연한 시대. 일정 나이가 되었는데도 그림자가 없는 이를 섭외해 일주일간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며 문제를 분석하고, 호된 독설로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TV 프로그램 ‘섀도우 메이커’는 꿈이 없는 청년들에게 꿈을 가져다준다는 계몽적 메시지와 극적인 연출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진행자 구임자는 매번 꿈이 없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다며 의뢰인을 다그치고 독설을 퍼부어 그들에게 그림자를 만드는 데 성공해왔지만, 이번 ‘무영’의 경우는 다르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으로 삼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온 무영의 하루는 바빴고, 주변 사람의 인터뷰도 무영의 성실성을 입증했다. 아무리 영상을 분석해도 개인적 차원에서 무영에게 독설할 거리를 딱히 찾지 못하자, 구임자는 무영이 평범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에 맞지 않는 꿈을 꿨으니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공무원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며 사기를 꺾어 결국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무영의 그림자가 극적으로 만들어지는 장면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프로그램은 이후 더욱 승승장구하고, 무영은 충격으로 집에 처박힌다. 시간이 지나도 딸이 방 밖으로 나오지 않자 걱정된 부모는 무영이 모르게 그녀를 공무원학원에 등록하고, 무영은 수업을 연기하러 몇 달 만에 겨우 집밖으로 나갔다가 자신의 그림자가 거대해졌을 뿐 아니라 제멋대로 움직이며 괴상한 소리까지 내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경악한 그녀는 더욱 더 집안에 틀어박히고, 무영의 그림자를 목격한 아파트 경비가 방송국에 제보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섀도우 메이커’ 제작진은 다시 출연해달라고 무영을 끈질기게 설득하는데……
- 책 속에서
“여튼 제 말은요, 그림자를 찾기 위해서는 충분히 아픈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림자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많이 도전하고 부딪치고 아프고 쓰리기도 해봐야죠. 저도 충분히 아픈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렇게 그림자가 생긴 거구요. 그래서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은 용기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상처 받기가 두려워서 과거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는 이야기니까요.”
_ p.36“저한테 무영이는 계속 뭘 하려고 하고, 늘 바쁘게 지내는 친구예요. 저도 바빠서 대학 생활 내내 무영이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 하면 생각나는 친구라 간간히 연락하고 만나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그때마다 늘 뭔가 하고 있었어요. 봉사 활동도 하고 영어 학원도 다니고, 뭐 대외 활동인지 뭔지, 대학생 캠프 같은 것도 여러 번 다니고 그러던데요. 그래서 저는 잘 사는 줄만 알았죠. 그래서 정말 의외였어요. 무영이가 그림자가 없다는 게.”
_pp.49-50혼자 있는 시간이 마냥 편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할 시간에 남들이 나와는 다른 노력을 더 하고’ 있을까 봐 늘 무영은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쉴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눈을 가린 말처럼 앞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 번도 마음을 놓고 쉬어본 적이 없는데,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질까 봐 항상 채찍질만 해왔는데, 내 앞에 기다리는 것은 결승선이 아닌,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표지판이었다.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었다.
_ p.85고통이라고 해서 모두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고통일 뿐이다. 그것은 영원히 고통으로만 남는다.
_ p.209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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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지연
1992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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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마법의 프로그램
2. 무영無影의 이유
3. 태풍의 눈 한가운데
4. 안녕, 나는 이상한 그림자
5. 그날의 재구성 에필로그: 물과 기름과 기름인 척하는 물
제11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