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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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와 이대학보사 공동 주관으로 실시되는 <이화글빛문학상> 경장편 소설 공모의 제5회 수상작이다. 올해의 수상자는 국문과 졸업생(2010년 2월 졸업) 권혜린 씨로, 장편소설다운 갈등 구조와 뚜렷한 주제 의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완성도 높은 글을 썼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유선(有線)에서 무선(無線)으로 변해가는 2030년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의 교감과 소통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상을 안면 마비 증세와 연관시키면서, 환경 문제와 장애인 복지 문제,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아픔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스토리를 전개시켜나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청년이 온통 자기 자신에게만 향해 있던 관심을 타인과 세상을 향해 돌릴 때 도리어 자신을 괴롭히던 불안과 염려를 떨쳐내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서로간의 유대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고민하면서 사회의 암울한 문제들을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줄거리
세상에 있는 모든 전선이 사라지고 있는 2030년, 무선의 시대에 필승은 ‘내년기(來年期, 주로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청년들이 취업이나 졸업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방황하는 시기, 3년~5년 정도의 취업 준비 기간)’에 머무르면서 취업 준비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필승은 회사 면접에 보기 좋게 실패한 뒤 엄마의 강요로 갯벌에 위치한 ‘불가사리 섬’에 가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성 기상캐스터 이날을 만난다. 이날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급성 안면 마비에 걸린 상태이다. 두 사람은 폐기된 전선을 관리하면서, 안면 마비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선의 반란-표정을 말하는 라디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하게 된다. 불가사리 섬 옆에 있는 시각장애인센터 사람들과도 정을 나눈다.
그러나 인공 섬 ‘트윈클 트라이앵글’이 불가사리 섬과 시각장애인센터를 허물고 갯벌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필승과 이날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이제 이들은 시각장애인센터와, 두루미가 살고 있는 습지보호구역인 갯벌을 지키기 위해 방송을 하기 시작한다. 기계와 사람을 이어주는 전선 대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전선을 발견하면서 이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트윈클 트라이앵글’의 준공식 날, 불가사리 섬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함께 만들게 된다.
* 제5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주례사 비평’이라는 용어가 있다. 과분한 칭찬으로 작품을 띄워 권력을 남용하거나 이익을 구하는 비평을 말한다. 소위 추천의 말이나 심사평에서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의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인 <불가사리 전선>은 의례적인 주례사의 차원이 아니라, 당선작의 영예에 값하는 수준과 내용을 고루 갖춘, 진정으로 놀라운 작품이다. 장편소설다운 갈등 구조와 뚜렷한 주제 의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어우러져 절대적으로-상대적 평가가 아니다-평가해도 완성도가 아주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선(有線)에서 무선(無線)으로 변하는 2030년을 배경으로 점점 인간 간의 유대와 접속마저 사라져가는 병적 징후를 안면 마비 증세로 풀어내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 논리에 의해 위협받는 환경 문제와 장애인 복지 문제, 무엇보다도 ‘내년기(來年期: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청년들이 취업이나 졸업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방황하는 시기)’로 대표되는 청년 백수들의 당대적 아픔 등을 알레고리적으로 맞춤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점들을 심온(心溫)의 상승, 즉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따듯한 마음으로 극복하려는 꿈이나 의지 또한 건강하게 그려져 있어,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의 심온도 상승할 듯하다. 결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학생이 썼다고 믿기 어려운 작품의 당선을 통해 이화글빛문학상의 밝은 미래와 이화 출신 ‘대형’ 신인의 출현이 동시에 이루어졌음을 예감한다. 고맙고도 기쁘다.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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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권혜린
1986년생으로, 2010년 2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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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9
1. 무선의 시대 _ 18
2. 디아스포라들의 공동체 _ 38
3. 심온 측정법 _ 64
4. 유선의 반란 _ 94
5. 표정 없는 전쟁 _ 124
6. 유령 걸음 _ 159
7. 불가사리 병정 _ 200
8. 정답은 얼굴 _ 230에필로그 _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