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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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을 격려하고자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와 이대학보사 공동 주관으로 실시되는 <이화글빛문학상> 경장편 소설 공모의 제7회 수상작이다. 올해의 수상자는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진송 씨로, 20대 소설 창작 지망생의 일상과 고민을 현실적이고 감칠맛 나게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소설 창작 스터디 그룹인 ‘승강이’에 신입으로 들어간 주인공 ‘나’(서정인)와 기존 멤버들인 지호, 인욱 등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주요 플롯인 이 작품은 리드미컬한 구어와 유머러스한 대화를 통해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본인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열심히 쓰는 것 자체가 문학에 대한 절대 사랑임을 소설 속에서 진심을 다해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생산적인 행위와 실용적인 사고만이 환영받고, 무익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즉시 도태되는 시대에, ‘나’를 비롯한 스터디 멤버들은 쓸데없다고 여겨지기 쉬운 ‘소설 창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멤버들 또한 하나같이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와 다른 언어로 소설을 쓰지만, 결국 ‘쓰는 행위’를 통해서 그리고 ‘내가 쓴 것’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무엇인가를 무작정 쓰고 싶은 열망과 그 몰입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로, 혼자서 버티기에는 힘겨운 현실 앞에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읽고 쓰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승강이’라는 모임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기이다.
‘승강이’라는 제목은 함께 창작하고 합평하는 과정에서 옥신각신한다는 의미와, 지난하고 녹록하지 않은 삶과 맞서서 ‘쓰는 행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마치 승강이하는 것과 같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승강이’는 이 소설의 저자가 꿈꾸는 ‘예술가 공동체’의 은유라고도 할 수 있다.* 줄거리
성적에 맞추어 적당히 한 대학의 불문과에 진학한 ‘나’는 낯선 언어와 맞닥뜨리면서 번번이 소통에 실패한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언젠가는 나라는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던 중, 소설 창작 스터디 그룹인 ‘승강이’를 알게 된다. 스터디 멤버들은 모두 비정상적인 데가 있거나 독특한 면이 있다. 아버지가 세 명인데다 바이섹슈얼인 ‘지호’, 군대를 면제받았다는 이유로 남자들 사이에서 모욕을 당하는 ‘인욱’, 미국인 교환학생이자 혼혈아인 ‘강’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겉으로는 직접 쓴 소설을 출판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이들 모두에게 소설 스터디의 목적은 그저 함께 쓰는 것이다. 집안의 폭력적인 반대를 뚫고 영화 공부를 하러 인도로 달아났다 귀국한 나의 ‘고모’는 정식 영화 교육도 받지 못했고 수상 실적 같은 것도 없지만 영화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품고 있다. ‘나’는 고모를 통해 ‘번듯한 결과로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의 가치를 긍정하게 된다. 그 무렵 ‘강’이 스터디 모임에 찾아온다. 그는 백인혼혈이기 때문에 언뜻 인종 권력에서 우위를 점한 듯 보이지만, 사실 미혼모의 자식이며 미국인 여성과 아시아 남성의 혼혈이라는 점에서 성별/인종 권력의 촘촘한 경계에 서 있다. ‘강’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한국어 소설 속에서 복원하여 스스로 그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이렇게 스터디 멤버들은 서로 부대끼며 그들만의 소설을 써나간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벌어진 소동으로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을 당한 ‘나’는 그동안 믿어왔던 언어가 진실에 다가서기는커녕 왜곡되고 오염되는 상황을 겪으며 절망하지만, 소설 쓰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나의 진실된 모습을 믿어주는 스터디 멤버들의 신뢰와 결속력이다. 시간이 지나 ‘강’이 사실은 교환학생이 아니라 불법 체류자임이 탄로나 강제 추방까지 당하게 되자 ‘강’에 대한 억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지만 스터디 멤버들은 그에 대해 침묵한다. 이후 미국에서 ‘강’의 소설이 도착한다. 이국의 언어로 혼자서 사투를 벌이며 썼던 그 소설에는 ‘강’이 했던 모든 말들이 거짓이었지만 그가 소설을 쓰려고 했던 열망만은 진실이었음을 증명하는 힘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소설을 보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쓰자고 결심하며 첫 소설 ‘승강이’를 쓴다.
책 속에서
왜 하필 소설이었을까.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말을 부리는 데 집착에 가까운 강박이 있다고 해도, 소설을 쓰려는 욕심은 다른 층위의 문제다. 인욱과 지호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소설을’ 쓴다는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지만, 아무래도 나는 소설가나 시인을 팔이 세 개 달린 다른 종족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욱과 지호가 연극을 하거나 그림을 그렸더라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갔을까. 나는 잠깐 눈을 감은 채 연극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나의 발성과, 그림을 그리기에는 부족한 나의 센스를 가늠해보았다. 그렇다고 소설을 쓰는 데 맞춤하는가 하면 결국 그것도 아니다. 잠깐 우울해졌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어느 날 소나기처럼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금방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푸르게 잎을 피웠고 바람이 불 때마다 서걱거렸다.
(본문 p.34-35에서)
* 제7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2012년 이화글빛문학상의 유일한 투고작이자 당선작이기도 한 『승강이』는 문학상의 기준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임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수작이다. 몇 편이 투고되었는가가 중요할 수 있지만, 어떤 작품이 투고되었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작가들도 장편 소설을 쓰기가 어렵고, 기성 문단에서도 몇 년씩 같은 작품들이 여러 장편문학상에 응모작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고려할 때, 장편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투자하는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의 지원이나 빡빡한 학업과 병행하면서 창작의 의지를 불태운 당선자의 열정에 우선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당선작인 『승강이』는 소설 창작 스터디인 ‘승강이’에 신입으로 들어간 주인공 ‘나’(서정인)와 기존 멤버들인 지호, 인욱 등이 소설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주요 플롯이다. 소설쓰기에 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메타픽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미국인 엄마는 분명하지만 동양인 아버지의 국적은 불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한국인 아버지라고 굳게 믿는 혼혈아 ‘강’의 부모에 대한 소설쓰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 증명으로서의 글쓰기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 문제가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자신의 근원이나 근거를 찾기 위해 모험하는 인물에는 인도나 제주도, 네팔로 떠도는 ‘나’의 고모도 있다. 그리고 ‘나’가 지하철에서 성추행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으로 가장한 가해자 남성에 대한 동정에 휘말려 진실이 왜곡되는 소위 ‘지하철 자뻑녀’ 사건을 통해 폭력적인 편견 문제가 소수자 문학으로서의 문학의 정체성과 맞물리며 정교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소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런 진지한 주제들이 리드미컬한 구어나 유머러스한 대화 중심으로 전개됨으로써 확보되는 가독성의 뛰어남이다. 이로 인해 간혹 직설법을 지나치게 구사하거나 어투 자체가 다소 가벼워지는 한계점도 보인다. 그러나 발랄하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오는 20대 소설 창작 지망생의 일상과 고민을 리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더 크다.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하면서, 이 예비 작가는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 자체가 문학에 대한 절대 사랑임을 소설 속에서 진심을 다해 보여주고 있다. 문학이 죽은 글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과의 소통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이기에 이 소설에서 청춘이 보이고, 열정이 보이고, 사회<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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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진송
1988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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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요일 3시의 언저리
2. 승강이
3. 무이자 대출
4. 고환학생입니다
5.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6. This is a love story
7. 벤츠와 똥차
8. 계절, 어수선하고
9. 아침이 오는 풍경
10. 모든 이야기의 시작제7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작가의 말